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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깔=꿀색을 읽고.....
제1회 동작 한 책 읽고 독후감쓰기 대회 중등부 최우수작
기사입력  2015/11/11 [00:57] 최종편집    원유빈(대방중 3)
피부색깔=꿀색은 모국인 한국으로부터, 그리고 정말 엄마로부터 버림받아 벨기에로 입양된 전정식 작가의 자서전이다.

이 책을 보는 내내 그 생각을 했다.
`나도 이민 가고 싶다. 기왕이면 유럽 권으로.`

오빠가 여동생을 성적으로 추행하고 그걸 아무렇지않게 용서하는 여동생을 봤다. 그 곳은 보수적인 나와는 전혀 걸맞지않는 참으로 개방적인 곳이었다. 그래도 생각했다.`이민 가면 나도 불어정도는 하겠지?`

아시아인이라는 사실을 부끄러워하며 서로를 감추려는 그들을 봤을 때, `왜?`라는 의문이 빼꼼 삐져나왔다. 하지만 그 때도 나는 이민 가고 싶다는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다 그들이 죽었다. 아시아인들이 자살을 했다. 왕따 때문도, 동양인을 차별하는 벨기에인들의 행동 때문도 아니다. 내 기억으론, 그러니까 책에 나와 있는 대로라면 그들은 아주 잘 지내고 있었다. 인기도 많았고 가족과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겪는 작은 트러블이 있었을 뿐, 서로를 사랑했다. 그들은 불행해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작가 본인마저도 스스로를 자해하기 시작했다. 자살하려고 아둥바둥 난리치고 스스로를 나락으로 빠트리려 했다. 나는 도무지 이해가 안됐다. 아시아인들의 그런 안타까운 행동을 정말 조금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 책의 시점인 전정식 작가를 예로 들자면 글쎄, 벨기에에 적응을 하지 못 했던것은 아니다. 그는 그의 형과 이리저리 싸돌아다니면서 사고를 쳤다. 가족들의 사랑을 못 받았나? 그것도 아니다. 그는 벨기에의 가족들과 서로를 친 가족처럼 두터이 사랑했다. 실제로 그를 버린건 모국의 친어미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그들 자신을 힘들게 했다.

전정식 작가는 너무 오래 버텨 다리가 아프다고 표현했다. 자신의 뿌리가 뽑혀있어서 버티기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그것이 그가 그렇게 괴로워했던 이유란 걸 알 수 있었다. 또한 그와 같은 한국인, 그 외 모든 아시아인들이 비극적인 선택을 한 이유란 걸 알 수 있었다. 정말 그들은 뿌리가 뽑혀 있었다. 그들의 뿌리이자 근본은 그들이 있던 곳으로부터 9000킬로미터는 가야 존재했다.

그들이 아무리 잊으려고 기억 속 상자에 넣고 닫아봤자 그들이 잊을 수 있었던 것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오래도록 쓸 일이 없던 한국어, 걸어본지 오래 된 한국의 거리, 어렸을 때 조금 접해본 한국의 문화 그리고 그들을 버린 부모의 얼굴… 그들이 까먹을 수 있었던 것은 기껏해야 그런 것들뿐이었다. 사소하진 않지만 기억력이 따르지 않으면 기억할 수 없는 그런 것들이다. 그들이 아무리 지우려고 해봤자 그들의 나라가 아시아에 있다는 것은, 한국이라는 것은, 그들은 벨기에인과 다른 한국인이라는 것은 까먹을 수 없었을 것이다. 전정식 작가의 말대로 그들의 뿌리는 한국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의문이 들었다. 인간은 달라진 여건에 맞춰 변화하기 마련이다. 시대와 장소에 맞춰 변화하고 빠르게 발전한다. 전정식 작가는 5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한국에서 보냈다. 그가 `난 태어날 때부터 다섯 살이었다.` 라고 한 구절을 보면 그는 그 오년의 시간마저도 잘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이 구절이 단지 새로운 삶의 출발점을 알리려고 남긴 구절일 수도 있겠지만 난 그가 그 전의 삶을 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석할 것이다. 어차피 그는 아주 어린 아기였으니까 모든 사람이 그렇듯 그 시절을 기억하진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벨기에에서 삼십년도 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 누군가의 친구로. 그리고 그 기억들도 한국에 대한 기억들에 비해 훨씬 넓게 머릿속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기가 한국인이라고 한다. 내가 볼때 그는 벨기에인에 더 가까운 것 같은데도 말이다. 그는 일단 불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줄 안다. 벨기에사람들과 가족을 이루었고 몇몇 아시아인들을 제외하면 친구들도 대부분 벨기에인이다. 벨기에에서 학교를 나왔고 개방적인 태도 역시 유럽인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었다. 일본을 사랑했단 점도 한국인으로는 가지기 힘든 점이다. 그런데도 그는 그가 한국인이라 말한다. 그의 뿌리는 한국이고 그는 그것을 저버릴 수 없다 말한다.

왜? 단지 그의 겉모습 때문에? 그저 그의 피부색깔이 벨기에인들의 백설기색과는 다른 꿀색이기 때문인 걸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을 것이다. 그의 피부색은 벨기에인들과 너무 달랐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하얀색에 익숙해져있다지만 거울을 볼 때마다 나는 다른 인간임을 느낄 것이다. 사실은 백조였던 미운오리가 자신의 다른 모습에서 틀림을 느꼈듯, 어쩌면 그도 꿀색인 것이 틀렸다고 느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모두 백인인 가운데 그만 노란색이면 그는 다르다를 넘어 틀리다를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아시아인들끼리 그 곳에서 서로를 부끄러워했을 수도 있겠다. 서로가 틀렸다고 느껴서.
하지만 단순히 피부 색깔 때문에 그가 한국인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처음 꽁꽁 가두었던 한국문화를 접했을 때 느꼈던 그 감정처럼, 그가 동경하던 일본에서 북쪽을 찾으며 한국을 바라보았던 그 태도처럼 , 그는 한국인으로서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다. 그 무언가를 그도 느꼈을 것이고 나도 느꼈다. 그 `무언가`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면의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그 무언가, 갇혀 있는 것들이 자신의 소리를 내지르려는 그 무언가, 그랬기에 잊을 수 없었던 자신을 버린 조국…

모든 해외입양아들이 그랬을 것이다. 그들의 색에서 틀림을 느꼈고 그들 안에서 차오르는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다. 모국은 자신을 버렸지만 그들은 모국을 버리지 못했을 것이다. 모국자체가 그들의 정체성이기 때문에. 안타까운 것은 지금도 수많은 해외입양아들이 이러한 생각을 가질 것이라는 거다. 일반 입양아들의 부모는 자신이 친부모라고 속이기도 한다. 그런 입양아들은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친부모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해외입양아들은 친부모를 가질 수 있는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친부모라고 해봐야 자신을 버리거나 잃어버린 부모다.
 
입양된 가족의 부모는 겉모습부터 자신과 너무 다르다. 이들은 처음부터 시작해야한다. 우리는 당연히 가지고 있는 모국부터 그들은 다시 생각해야한다. 자신의 모국, 자신의 정체성, 자신의 뿌리, 자신의 가족… 그들은 그 모든 것들을 자신의 인생 모든 부분에 걸쳐 생각해보아야한다. 얼마나 아프고 얼마나 힘들까? 그들은 모든 입양아들이 그렇듯 새로운 가족으로부터도 상처를 받을 것이다. 일반 입양아들은 진짜 엄마를 찾겠다고 돌아다닐 수라도 있지, 해외 입양아들은 그러지도 못한다.(일반 입양아들의 아픔이 단순하다는 뜻은 아니다.)

이 책에서 전정식 작가가 학생 시절에 도둑질을 한 적이 있다. 그래서 부모에게 크게 혼이 난 적이 있는데 그때 벨기에의 엄마가 그런 말을 했다.

“너는 썩은 사과다. 썩은 사과는 다른 싱싱한 사과들을 썩게 만들지. 나는 너가 내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면 좋겠다.”이것이 얼마나 큰 상처로 다가왔을까. 내가 해외로 입양돼서 그 말을 들었다면 나는 몇 년간 그 생각뿐이었을 것이다. `잘 보여야 돼.` 친엄마도 아무 잘못 없는 나를 버렸는데, 새 엄마는 잘못한 나를 얼마나 쉽게 버릴까? 난 그 말을 들은 후로 아마 새엄마를 엄마라고 보기보다는 밉보여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보기만 했을 것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다.

나는 입양을 하고 싶었다. 내 친구들도 아기 낳는 건 너무 아프다고, 나는 입양을 할 거라고 너무나도 쉽게 말한다. 나도 그랬다. 배 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낳은 자식. 내가 선택한 나의 자식. 얼마나 멋있어 보이는가.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아픔들이 곁들여져 있었다.
 
가족에 대한 아픔으로부터 해외입양아들은 국가에 대한 아픔까지 가지고 있어야 입양이 성사된다. 참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때는 `그래서 이 작가가 한국에 갔다는 거야, 안 갔다는 거야?` 하며 결말을 궁금해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결말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었다. 전정식 작가와 같은 해외입양아들의 진실, 마냥 행복했을 것만 같은 그들 속의 괴로움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지금도 국가로부터 버려져서 그들의 정체성에 혼란을 가지고 있는 무수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때, 이 책을 읽어보면 좋겠다. 나에게도 정체성에 대해 바른 길을 이끌어주고 생각해보게 했던 책이니 작가와 같은 상황에 놓인 해외입양아들은 더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제1회 동작 한 책 읽고 독후감쓰기 대회 중등부 최우수상을 수상한 대방중 원유빈 학생

원유빈(대방중학교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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