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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밖에도 나가기 싫었던 내가 어느 날부터 할 리도 없는 일들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
동작복지재단 2022년도 동작구 사회복지우수프로그램 공모사업
기사입력  2022/11/28 [17:58] 최종편집    사당종합사회복지관 청년성장지원사업 참여자 김OO

내가 사당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았을 때는 올해 초 지하철 환승역에서 3번은 울고 나서였다. 당시 회사에서 열심히 일했지만, 내 무능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질타로 인해 결국 관두게 되었다. 대놓고 앞에서 “저 새O 듣고 있는데요, 얼굴 시뻘건데요?” 라는 말을 들으면서 도저히 회사에 다닐 힘이 내게는 없었다. 그 이후로 집 밖에 나가는 일은 현저히 줄었다. 사람을 만나기 싫었다. 사람을 만나고 싶지 않았다.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웠다. 외부와의 관계를 스스로 차단하고 집 안에서만 지냈다.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외출을 제외하고는……

 

그러던 어느 날, 사당종합사회복지관이 눈에 들어왔다. 적어도 5~6년은 늘 그 자리에 복지관이 있었음에도, 의식적으로 복지관을 인식한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냥 무턱대고 복지관 문 앞으로 가 보았다. 복지관에서 뭔가 도움을 받고 싶었던 마음이었으리라. 아! 그런데 때마침 청년성장지원사업<ON투게더> 모집 포스터가 눈에 띄었다. 곧바로 전화하고선 문의하였고, 이후 영상으로 면접을 본 후 청년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었다. <ON투게더> 강점여행과 ‘소셜다이닝’이었다. 복지관 선생님의 주도로 여러가지 활동을 진행했다. 빙고를 한다던가 특정 주제를 정하고 거기에 관한 경험을 나누면서 웃기도 하고, 때로는 진중하게 마음속에 담아둔 것을 꺼내기도 하였다. 소셜다이닝은 코로나로 인해 만나지는 못했지만, 배송된 밀키트를 받아서 집에서 요리해 먹고 그 소감을 줌(영상)으로 모여 나누었다.

 

무엇보다도 코로나가 완화되고 청년들이 어느 정도 친해질 즈음에 복지관에 모여 다 같이 밀키트를 조리하고, 식사를 같이하고, 보드카페에 가서 놀았던 추억은 인상적이었다. 서로 줌으로 채팅이나 목소리로만 만나던 사람들을 직접 만나 인사하고 각각의 밀키트를 맡아서 요리하는 과정과 그렇게 조리한 요리들을 다 같이 나누어 먹었던 시간은 내게 따듯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다. 식후 보드카페에서 같이 보드게임을 여러 개 하면서 서로의 성향을 아는 것도 재미있었다. 거의 반년을 이렇게 프로그램에 참여하다 보니 어느새 그것이 일상이 되었고, 점점 집 밖에 나서는 것이 편해져 갔다.

 

그러던 중에 사람을 만나고 사람과의 관계를 연습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복지관에서 제공해 주었다. <사당드림키즈>라고 아이들이 여러 활동을 하는 것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처음에는 별로 내키지 않았다. 솔직히 애들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내키지 않았다. 굳이 시간을 내서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이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선생님들의 따뜻한 마음에 보답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용기를 내었고, 이것이 나를 이렇게 성장시켜 간 것이었다. 봉사프로그램은 수학원리를 배우는 교구 활동이다보니, 상당히 수준 높아서 아이들이 스스로 문제를 풀기 위해 꽤 많은 시간을 가져야 했다. 또 진로체험키트 활동시간에는 오히려 내가 더 들뜨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을 싫어했던 내가 어느새 아이들을 좋아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뭔가 보람이 느껴지기도 하고, 아직 트라우마로 인해 직업을 구하지 못하던 상황에서의 활동이었는데 매주 기다려졌고, 아이들보다 내가 더 즐겁게 참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아이들은 생각보다 성가시거나 불편한 존재가 아니었다.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해서 행동하고, 이를 통해 처음 만나는 타인에 대한 태도도 서서히 변하였다. 진심으로 아이들을 대하고 열심히 도우려고 노력하다 보니 아이들도 내 마음을 알고 나를 받아주었다. 내 생김새가 좀 험상궂기도 한데 말이다.

 

어느새 11월 말이 다가왔다. 정확히 오늘로부터 한 달 뒤는 크리스마스다. 올해 초 눈을 맞으면서 회사에 다니다 울면서 관두고, 어느새 다시 겨울이 찾아온 것이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으면서도 생각해보면 그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집 밖에 나가기가 싫었던 힘든 시기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내가 할 리가 없는 일들을 스스로 하고 있었다. 요즘도 집 밖에 나가기 싫은 건 마찬가지지만, 친한 사람들과의 만남을 위해 집 밖으로 나서는 일도 잦아졌다.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이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존재 자체를 신경 쓰지 않았던 복지관을 찾아가면서 시작되었다. 복지관 선생님들이 친절하게 도와주시기도 하고 내가 힘쓸 부분이 있으면 돕기도 하면서…… 복지관이 있는 골목을 지날 때면 어느새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번 겨울도 추울 것 같다. 한파가 온다는 이야기도 있고 폭설이 내릴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작년이랑 비교하면 크게 차이 나는 점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복지관에 다니면서 올해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은 작년과는 다를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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